태역에 속도가 묻어있어서

<태역에 속도가 묻어있어서 Latent in Pre-chaos>는 2023년에 시작된 한국의 전통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1610)의 ‘은형법隱形法’에 대한 예술적 연구가 확장된 영상 작업이다. 400년 전 왜란과 전염병의 시대에 연행된 ‘몸의 형체를 숨기는 법’이라는 수행법과 처방법을 일종의 스코어로 인식한 장혜진 안무가는 공동 연구자들과 사변적 대화, 문헌 연구, 움직임 연구, 스토리텔링, 개인적 깨달음의 시간을 가지며, 2023년 8월 멀티센서리 공연으로 발전시켜 관객을 초대했다. 이를 통해 남겨진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재난과 질병의 순간, 조상들에게 몸, 공동체, 돌봄은 무엇이었을까? 이러한 토착적 지혜가 지금 ‘존재론적 전환(Ontological Turn)’의 시대에 던질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2024년 7-8월 두 달 동안, 장혜진 안무가는 퍼포머 허성욱과 함께 은형법의 배경이 되는 신체관 중 “태역太易과 혼륜混淪 (기형질氣形質로 분화되기 이전의 존재 상태)”을 천천히 살펴보고, 이를 칠레 연출가 마누엘라 인판테가 연구하고 있는 ‘낫-온리not-only (개체들이 서로 안으로 접히며 동시에 서로를 초월함)’의 개념과 교차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조상들의 토착적 신체관은 어떻게 중앙아메리카의 민속적 존재 방식과 평행하게 어긋나며 만나게 될까?
-
컨셉, 감독, 각본 | 장혜진
공동연출 | 이도현, 장혜진
출연 | 장혜진, 허성욱
촬영, 편집, 색보정 | 이도현
녹음 | 이도현
음악 | 김남령
사운드 믹싱 | 서민우
도움 | 서예원
-
장혜진
장혜진은 멀티시티 베이스 안무가/리서처로 지금은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아시아-북중미-유럽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서구적/비서구적) 소매틱 즉흥, 심상, 언어, 사회적 비판을 연결시키며 집단 자각몽의 순간을 기획/안무한다. 미국 무브먼트 리서치 상주예술가('09-11), 루마니아 국립무용센터 교환안무가('11), 오스트리아 댄스웹 펠로우('11), 미국 뉴욕 라이브 아트 상주예술가('14-15), 멕시코 래바르토리오 콘덴사시옹 초청안무가('17-18), 일본 세송 재단 온라인 상주예술가('21-22) 등을 역임했고, SIDance 서울세계무용축제, MODAFE 국제현대무용제, 플랫폼 엘 PLAP, 래바르토리오 콘덴사시옹(멕시코), 부카레스트 국립현대미술관(루마니아), 뮤직페스티벌 베른(스위스), 더 키친(미국) 등에서 작품을 발표했다. 미국 『Dance Magazine』 에 의해 주목할 만한 여성 안무가('09)로 추천, 『월간잡지 몸』에 의해 “대담무쌍하고 솔직한 안무가('21)”라 평을 받은바 있다. 현재 싱가포르 T:Works의 Artistic Director Academy 펠로우, 유럽 Transart Institute의 박사 펠로우이다.
허성욱
허성욱은 한국에서 안무가, 퍼포머로 활동하고 있다. 춤을 동반하는 여러가지 개인적이고 신체적인 충동들, 공상들이 어떻게 사회적인 것과 맞닿아 있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추론하며 지낸다. 요즘은 "잘 못한/못된 것"으로 수식되는 유형의 움직임들을 경직된 사회적 장치 바깥에서 재맥락화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2023년 He Jin Jang Dance의 <투명인간이 되든, 춤을 추든>의 퍼포머/과정 어시스턴트, 광주 비엔날레 Yuval Avital의 <Foreign Bodies> 등의 작품에 퍼포머로 활동했으며, 안무작으로는 <제목을 입고 등장하는>과 <대칭몸대칭>이 있다.
-
인터뷰 / 풀영상
*작품의 풀영상 시청을 원하실 경우, 영상 우측 상단의 '대여'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24시간 시청, 약 4천 원)
choreo-graphy project
본 작업은 2024년 아트프로젝트보라가 진행한 <코레오-그래피> 외부 작가 초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혜진은 칠레 출신의 마누엘라 인판테와 매칭되어 온라인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두 사람은 '보이지 않기'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서로에 대한 응답으로 영상 작업을 제작했다. 마누엘라는 페루 인류학자인 마리솔 데 라 까데나(Mariosol de la Cadena)가 제시한 '낫-온리(not-only, 뿐만 아니라)' 개념에서 출발해, 단일하게 읽을 수 없는 개체란 무엇인지,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연기란 무엇인지를 실험하는 즉흥의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장혜진은 허성욱과 함께 어떤 육체나 물질이 기형질氣形質을 갖추기 이전의 상태를 의미하는 '혼륜'의 개념에서 착안해 혼륜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때의 춤은 어떤 것인지를 탐구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본 그룹의 온라인 리서치는 아래 캔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주체 사업